Ito Hisaya – moment

moment

Single channel video, 7min
Hisaya Ito
2017.05.13.(Sat)-05.26(Fri)

 

 

어느 날 이토 히사야는 할머니가 보험사기를 당했단 걸 알게 된다. 히사야는 보험사기를 해결하기 위해 할머니, 부모님, 보험회사 직원이 모여 합의하는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한다. 증거로서 촬영된 비디오를 돌려 보던 히사야는 대화 속에서 침묵의 순간을 발견하며, 일상의 사소한 상황과 관계에서 우연히 출몰하는 침묵의 순간을 모으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시작된 moment는 히사야와 히사야의 주변인들(로 추정되는)이 함께 밥을 먹고, 길을 걷다 구경하고, 앉아서 쉬는 일상적 행위의 씬(scene)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씬에는 복수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우리는 말이 사라진 일상적 행위에 남아 있는 것들-자세, 공기, 표정, 손짓, 눈짓 등-을 살피며 인물간의 관계와 상황을 상상한다. 그리고 불규칙적인 리듬의 점프컷으로 연쇄하는 장면은 관객의 상상을 이끌며, 상황을 절묘하고 기묘하게 만든다.

천사가 지나가는 순간. Un ange passe.
Un ange Passe. 천사가 지나가는 순간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관용어로,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자리에서 일제히 말이 멎어 어색해지는 순간 즉 우연한 침묵의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금 덜 아름답긴 하지만 한국에도‘귀신이 지나간다’라는 표현이 있다. 언어란 어떤 사건들의 연쇄이고 일관된 전체에 맞춰 논리적으로 구축된다. 천사가 지나가는 순간은 연쇄적 구조를 지닌 언어의 틈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 말(논리)이외의 것들이 드러나고, 자세, 공기, 표정, 몸동작, 미세한 움직임 등이 형용사와 동사의 형태로 불안정한 문장을 만든다.

이토 히사야의 moment는 천사가 지나가는 순간, 즉 연쇄적 구조의 틈을 모으는 시도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모아진 틈은 관람자의 서사적 능력-어떤 관련 상황을 택하거나 구축하는 능력에 의해 또 다른 연쇄적 구조를 만든다. 이 구조는 개인의 상상에 기반 할 수도 있고, 한 사회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관습에 의존하는 문화적 현상을 반영할 수도 있다. 결국 moment는 텍스트가 해체되었다 이어지고 다시 해체되는 긴장 속에 놓이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천사가 지나가는 순간을 모을 계획이다. 축적된 순간은 거대한 시간이 되고, 틈은 거대한 구멍이 됨과 동시에 구조가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와 움직임을 갖추고 10년 뒤에 우리를 찾아올지 모르지만, 개방회로는 이토 히사야가 쫓는 천사의 궤적에서 하나의 포인트로 작용하길 바란다.

참고로 보험사기 사건은 원만하게 해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작품의 영감이 되었던 기록 영상은 외부에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보험사측의 합의 조건에 따라 본 작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개방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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